
.....
<우아한 세계>는 바로 아이들의 장밋빛 미래에 현재를 저당 잡힌 이 시대 중년 부모들의 초상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 더욱 관심이 갔다. 송강호가 연기한 주인공 강인구는 직업이 조폭이라는 것 말고는, 가정으로 돌아갔을 때 그가 보이는 행색은 그야말로 요즘 40대 아빠들의 그것처럼 보인다. 때론 큰 소리 치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권위주의적이지도 않고, 유연하고 자상한 아빠가 되고 싶어 하는 그는, 한편으로는 두 아이를 조기유학 보내기 위해 자신의 추레하고 위험천만한 삶을 포기할 수 없다. 그런 아빠를 경멸하는 딸과의 소통, 그리고 그 딸이 그토록 원하는 유학을 물리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이 시대의 아빠를 상징하는 강인구의 어깨에 지워진 두 가지 짐이다. 강인구는 전자를 포기할망정, 후자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스스로 발 딛고 선 질퍽한 현실의 늪에서 자식만은 우아한 세계로 들어 올려주고 싶은 욕망, 그것은 그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자 존재 이유의 전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헌신으로 포장된 부모의 욕망은, 그것이 부모의 것이기에 무조건 숭고한가? 그렇다면 저 우아한 세계로의 진입을 꿈꾸는 이 모든 소동들은 정당한 것인가? 영화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갈지자로 겹쳤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무리 용을 써도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저 너머의 우아한 세계가 우아한 매체들의 우아한 포장을 통해 우아하게 전시되는 한, 중학생들이 새벽 1시까지 외국어 고등학교 준비반에서 공부해야 하는 우아하지 않은 일상은, 아내와 자식들이 보내온 우아한 세계의 풍경을 기껏 비디오로 감상하며 혼자서 라면이나 끓여 먹어야 하는 아빠의 우아하지 않은 저녁은, 앞으로도 쭉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더 잔인한 건, 그 우아한 세계를 떠받치느라 정신 못 차린 아빠가 결국 하나도 바꾸지 못한, 아니 더 악화시킨 이 진흙탕 현실로 그 아이들이 언젠가 되돌아와야 한다는 점이다.
========
<우아한 세계> (물론 이번에도 이벤트당첨이다^^) 리뷰를 쓰려고 하다 필름2.0 데스크칼럼의 최광희씨 글이 눈에 띄어 대신 올리게되었다. (전문 : http://www.film2.co.kr/column/editorsview/editorsview_final2.asp?mkey=192)
사람들은 선택의 문앞에 서면 머리복잡한 계산을 통해 그나마 누구도 덜 아픈 결과를 보고자 한다. 하지만 이때부터 '왜 우리가 지금 선택을 해야만하는가'라는 질문은 사라져버린다. <우아한 세계>에서는 각자 처한 현실에서 나올수 있는 나름 최선의 방법들이 모이고모여 결국 인구를 비극의 한복판에 세워놓게된다. 최선의 과정들이 모여 비극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이 아이러니한 현실. 만약 인구의 아들과 딸이 다시 돌아온다면, 과연 그네들의 아버지와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우아한 세계 (2007)
감독 : 한재림
출연 :송강호, 박지영, 오달수, 최일화, 윤제문
"유유자적 리스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월 이달의 앨범 '08] 봄을 맞이할 준비 (댓글 0개 / 트랙백 0개) 2008/02/27
- [북리뷰] 대화다운 대화, 진심어린 이해 (댓글 0개 / 트랙백 0개) 2007/01/17
- [2월 이달의 앨범 '08] 봄을 맞이할 준비 (댓글 0개 / 트랙백 0개) 1970/01/01
- [영화리뷰] 우아한 세계 (댓글 0개 / 트랙백 0개) 2007/04/04
- [3월 이달의 앨범 '08] 신선한 물 좀 주세요 (댓글 0개 / 트랙백 0개) 2008/04/04
- [영화리뷰] 반복되는 역사, 지쳐가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 (댓글 1개 / 트랙백 0개) 2007/01/05
- [4월 이달의 앨범 '08] 한가지만 잘하면 되지 (댓글 0개 / 트랙백 0개) 2008/05/07
- [5월 이달의 앨범 '08] 환하게 밝혀주는 당신 (댓글 0개 / 트랙백 0개) 2008/06/03
- [끄적임] 유앤미블루에 관한 기억 (댓글 0개 / 트랙백 0개) 2008/02/29



::: 사람과 사람의 교감! 人터넷의 첫 시작! 댓글을 달아주세요! :::